카산드라의 거울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예전만 못하죠. 그래도 이 책은 꽤나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카산드라의 거울입니다. 일단 제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지만 보통 이 작가의 책들은 분위기가 어둡다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았습니다만 이 책은 분위기가 조금 어둡습니다. 그리고 자국 디스가 조금 나오는데 뭐 소설 내의 설정일 뿐이려니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저 정도 디스를 했다면 자그마하게라도 논란이 되었을 법도 했겠다 싶습니다.
분위기는 조금 어두운 편이지만 이 작가 특유의 상상력은 아직은 죽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저자의 다른 책들은 상상이 조금 과하다거나, 이게 대체 무슨...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책들이 더러 있었는데요, 이 카산드라의 거울은 개인적으로는 그 정도는 아닙니다.
카산드라의 거울의 주인공 카산드라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여자입니다. 물론 단순히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초능력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신이 그녀에게 저주를 내려서 아무도 그녀의 예언을 읽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 책에서의 카산드라는 편집증 환자여서 신화와는 조금 다르지만 딱히 정상인같은 여자는 아닙니다. 주인공이라서인지 책의 일러스트에서는 꽤 예쁜 것으로 그려졌지만 딱히 선량한 인물도 아닙니다.
소설 자체는 전체적으로 아주 재미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상상력의 수준도 적당하면서도 전개도 꽤 빠릅니다. 다만 이 작가 본질은 어디 안가는지 최후반부에는 좀 강력한 상상력 폭탄을 터트리는데 이게 좀 심히 심오하여 저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의 자폐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지 주인공의 행동이나 생각등이 가끔은 읽기 불편할 정도로 왔다갔다하고, 또 결말은 여러모로 좋긴 하지만 중간중간에 찝찝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더 까놓고 말하면 소설은 매우 맘에 들지만 주인공이 참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런 부분은 지극히 제 개인적인 느낌일 수 있으니 그러려니하고 넘길 수도 있을 법합니다. 심심할 때 읽으시면 좋으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