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
칠레대사관 재외투표소 근무
제21대 대통령 선거 칠레대사관 재외투표소 안내요원 일을 했습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는 제가 글을 쓰는 시간 기준으로 아직 7일이 남았습니다만 칠레에서는 투표를 미리 했습니다. 아마 미리 해둬야 적절한 타이밍에 한국에 투표용지가 도착해서 최종 결과가 나올 테니까요. 미국은 뭐 우편 투표 등등하면 막 일주일 늦어지기도 하던데 우리나라는 조금 다릅니다. 하여튼 대통령 선거를 대비해서 칠레에서 투표 업무 인원을 뽑았습니다. 월급도 좀 세길래 지원했습니다.
사실 제가 공무원일 때는 이 투표 사무원 업무가 꽤나 기피업무였는데 여기는 지원자가 좀 많았다고 합니다. 예전에 사전투표 업무 했을 때는 제 기억으로 4시 반까지 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투표소를 엄청 일찍 가서 현장에서 교육 듣고 바로 투입되었는데, 이번에는 교육을 미리 진행하였고, 7시 40분까지 출근(?)해서 8시부터 투표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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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는 오전 8시부터 투표를 시작했습니다.
칠레에서 6시는 너무 위험하니까…
우리나라는 오전 6시부터 투표를 진행하지만 칠레는 그 시간은 아주아주 위험한 시간입니다. 저도 실제로 첫날에 출근하는데 어떤 커플이 둘이서 자전거 하나를 낑낑대면서 타고 있길래(뒷좌석 없었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그 커플이 가다가 돌아서 저한테 와서 박더라고요… 쾅 이건 아니고 어이쿠 이런 느낌. 제 생각에는 제가 ‘아이구 괜찮으세요’ 막 이러면 그 틈을 틈타 폰을 훔치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저는 박은 다음에 그냥 쏙 나와서 갈 길 갔습니다… 저한테 뭐라고 성내던데 제가 다행이(?) 알아듣지는 못했고요.
투표는 한인회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한인회관은 Patronato에 있어서 그나마 가까운 편입니다. 예전에는 대사관에서 투표를 했었다는데, 그러면 제가 투표하러 가려면 지하철만 50분을 타야 하니 꽤나 힘들 뻔했습니다. 다행… 한인회관은 오히려 너무 일찍가서 문이 아직 안열려있을 정도였습니다.
- 칠레에 한국인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 Patronato 글 링크
기본적인 투표 방법은 우리나라와 동일합니다. 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으나 다들 일하는데 대놓고 찍기도 그렇고, 또 투표소 안쪽에 사진을 못찍게 하더라고요. 투표함 밀봉된 사진을 찍어놓긴 했는데 만에 하나 함부로 공개하면 안될 것 같아서 올리진 않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진이 하나만 있어서 글 내용이 좀 부실해졌네요 쩝…
하여튼 선거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가장 다른 점은 투표를 6일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본투표 하루 사전투표 이틀해서 총 3일인데 여기는 기간이 두 배나 됩니다. 솔직히 그럴 필요까지 있었을까 싶지만 현실은 6일이나 기간이 있었으니 그나마 70퍼 후반대 투표율이 나온 듯해서 그런갑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규모는 작아도 나름 투표사무원, 안내요원, 참관인까지 있을 것들은 다 있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 안내요원 일을 했습니다. 투표함 앞에 앉아있다가 사람이 오시면 안내를 하는… 사실 크게 힘든 일은 없었습니다.
칠레 내 한국인은 약 이천 명이 있는데 유권자는 오백명 안팤이라고…
그래도 투표율은 꽤나 높았습니다 오오…
저는 투표 4일째부터 근무했습니다. 처음 3일간 투표한 사람이 200명 후반대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래서 ‘아이고 남은 기간동안 엄청나게 오겠구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칠레 내 한국인 유권자는 5백명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이미 투표율이 근 60퍼에 달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투표가 다 끝나니 거의 400명 정도가 투표를 해서 투표율이 70퍼대 후반에 달했습니다. 보통 우리나라 선거가 투표율이 60퍼 후반대 정도 아닌가요? 인원이 작은 것을 고려해도 투표율이 매우 높은 것입니다. 처음에는 시국이 시국이니까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저번 선거도 투표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이 외국에 있어도 사실 한국을 가장 사랑하는 것이 확실…
투표권을 허무하게 날리신 분들이 많아서 아쉬웠습니다. 사실은 귀찮음때문에…
좀 아쉬운 케이스들이 있었는데요, 사실 이게 유권자가 자동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미리 인터넷을 통하거나 혹은 대사관 및 한인회관을 찾아가는 등으로 일종의 유권자 신청을 했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인 종특이 발동하는데, ‘찾아가면 해주겠지‘ 생각으로 투표일 당일에 찾아가서 민증 슥 내밀면서 ‘저 안돼요?’ 식으로 나오시는 분들이 제법 되셨습니다… 솔직히 그분들만 투표하셨어도 투표율 80퍼는 무조건 넘었습니다. 최소 열 분은 되셨거든요.
사실 인터넷으로 신청하는 것은 좀 귀찮아도 정작 해보니 생각보다 금방 됐었고, 인터넷으로 하기 귀찮으면 점심시간 등에 잠시 한인회관 갔으면 되었었는데, 이런 식으로 투표권을 날리는 분들이 많아서 아쉬웠습니다. 특이한 점은 거의 다 젊은 분들이 이런 식으로 투표권을 날리셨다는 것입니다. 투표 전에 이 유권자 등록 공지가 한인 단톡방 등에 매일같이 올라왔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자녀분들에게 부탁하는 등으로 유권자 신청을 다 했었던 것인데요, 오히려 젊은 분들이 한국인 종특으로 귀찮아서 안하다가 투표권도 날린 것입니다. 크흠…
하여튼 투표 안내요원 업무가 완료되고 보수도 꽤 괜찮았습니다. 저는 가뜩이나 돈이 없었기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 투표 매달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지만 제가 알기로 다음 투표는 3년 후인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그 전에 이번처럼 탄핵이 된다면 또 돈을 벌 기회가… 물론 미래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