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세상에서 단 한 명만 볼 수 있는 세계, 눈먼 자들의 도시

[:ko]눈먼 자들의 도시

 이 책의 장르는 ‘환상적 리얼리즘’이라고 합니다. 이게 처음 들으면 이해가 잘 안되실텐데 물론 저도 그랬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이해했습니다. 이 소설의 세계에서 원인 불명의 눈이 멀어버리는 전염병이 급속도로 퍼지지만 아무리 조사해도 이유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주인공의 남편이 안과의사이지만 원인을 알지 못합니다.) 엄청나게 강력한 전염병입니다. 여기서 안과의사의 아내만 유일하게 정상인 눈을 갖고 있지만 그녀 자신도 왜 자기만 정상인지 모르며 소설이 진행될수록 차라리 자기도 눈이 멀어버렸으면 하는 심정을 갖습니다. 그런면에서 이 책의 세계는 환상적입니다. 말도 안되는 일들이 펼쳐지니까요. 하지만 세계 자체는 분명 환상적인 면을 띠고 있지만 거기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행동들, 눈이 멀어버린 자들을 가두는 정부, 눈이 멀어버린 자들을 감시하는 군인들, 식량을 주고받는 과정에서의 갈등, ‘눈이 먼다’라는 특수한 환경이기에 대소변을 보는 기본적인 활동조차 힘든 사람들, 그런 판국에도 성행위는 하는 사람들 등등… 이 소설에서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양식이 너무나도 현실적입니다. 마치 ‘나도 저런 상황에서는 이럴 것 같다’라는 느낌을 줍니다. 그렇기에 환상적 리얼리즘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세기말 뺨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안과의사의 아내’는 인간의 아직 없어지지 않은 인간성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확실히 ‘의사의 아내’가 성격이 삐뚤어진 사람이라 이상한 행동을 했으면 다른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대응할 수 있었을까요?  그녀는 이기적이지 않고 자신과 같은 방에 있는 사람들을 탈출시키고 집으로 데려다 줍니다.  주인공은 세기말적인 상황에서도 언제나 희망은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 합니다. 그것이 작가의 메세지라고도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눈이 멀어버린다’라는 발상 자체는 크게 특별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소설의 전개나 상황 등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노벨문학상 수상자 주제 사라마구의 대표작 답다고 하겠습니다. 이 작가의 특유의 문체(보통의 소설과는 전혀 다르게 말표를 쓰지 않음으로서 환상적 효과가 배가된다고 합니다. 자세한건 검색을…)가 대단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개성적이긴 하다고 봅니다. 말표를 없애는 부분은 일반적으로 봤을 때는 문법같은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만하지만 저는 적어도 이 책을 느끼면서 그런 부분이 전혀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책이 좀 긴편이지만 꽤나 잘 읽힙니다. 역시 대단한 소설입니다.  이 책이 영화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화도 보고 싶네요. 영상물로 만들기엔 끔찍한 장면도 제법 있을텐데 이거를 영화로 어케 만들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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