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ttered Pixel Dungeon
모바일 게임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끓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앱 개수가 40만개가 넘는 것으로 압니다. 제가 그 중에서 했던 게임은 몇 십개에 불과합니다만 그 중에서 최고의 게임을 고르라면 반드시 꼽힐 게임 중 하나가 바로 '픽셀 던전(Pixel Dungeon)'입니다. 제 예전 블로그에 리뷰글이 있습니다. 후에 리메이크를 할 지는 잘 모르겠네요.
여튼 이 픽셀 던전은 저에게 로그라이크가 무엇인지 가르쳐준 매우 소중한 게임이었습니다. 후에는 예전에 했던 몇몇 게임들이 로그라이크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만 이른바 정통 로그라이크 게임은 사실상 픽셀 던전이 최초이자 유일했습니다. 예전에 넷핵을 깔아봤는데 저는 도통... 물론 픽셀 던전은 정통 로그라이크 게임중에서는 난이도가 꽤 쉬워서 입문작 수준인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아마 하드코어한 게임을 즐겨하시는 분들은 픽셀 던전을 인정하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 픽셀 던전이 정말 쉬우면서도 재밌게 게임을 만들었다는 생각은 다들 하시리라고 봅니다. 로그라이크는 그 장르 자체부터가 어려운 게임이니까요.
픽셀 던전은 오픈 소스 게임입니다. 그렇기에 꽤 다양한 변종 버전이 있습니다. 버전들이 꽤나 많아서 이 친구들을 모아서 글을 써도 분량이 꽤나 나올 것입니다. 그 중에서 서론이 매우 길었지만 이번에 소개할 게임은 그 수많은 버전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가 높은 버전 중 하나입니다. 바로 Shattered Pixel Dungeon, 통칭 녹픽던이라고 불리는 버전입니다.
녹픽던은 픽셀 던전에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들을 추가한 버전입니다. 그리고 여러가지로 밸런스를 조정한 버전이기도 합니다. 본가 픽셀 던전은 4년 가까이 업데이트가 되고 있지 않지만 녹픽던은 기본적인 구성들을 제외하면 아예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추가요소가 많고, 은근히 자주 업데이트가 되고 있습니다.
일단 캐릭터의 직업들부터 밸런스 조정을 적절하게 했습니다. 일단 본가 픽셀 던전은 직업별 밸런스가 딱히 맞는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마법사가 좀 많이 좋고, 나머지 직업들, 특히 도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었습니다. 또 그 이전에 직업간의 개성이 크게 돋보이지 않았었습니다. 조금 어느 부분에 특화된 부분이 있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녹픽던은 여러 직업들을 전체적으로 상향시키고, 또 직업별로 개성을 많이 살려줬습니다. 물론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마법사가 가장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마법이 좀 많이 좋은 게임 특성상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고... 적어도 다른 직업들이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직업마다 플레이들이 확실히 달라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부분이 또 마음에 듭니다.
또, 원조 픽던은 무기나 물약이나 여러 요소들이 생각보다 적어서 적은 요소로 최적화를 시킨 느낌이라면, 녹픽던은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추가 요소들을 많이 넣었다는 느낌입니다. 가령 픽던은 무기가 티어별로 2개인가밖에 없었지만 녹픽던은 티어별로 한 4~5개는 되는 것 같습니다. 또 지팡이, 마법 유물, 추가 물약, 추가 주문 등 새로운 요소가 매우매우 많습니다. 그리고 은근히 추가 요소들이 더더욱 생기고 있어서 게임이 더욱 발전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좀 예전의 얘기입니다만, 녹픽던이 이전 버전에서는 픽던과 그래픽이 똑같았지만 어느샌가 업데이트를 하면서 그래픽도 좋아졌습니다. 물론 똑같은 2D 도트이지만 전체적으로 공간감을 크게 살려서 꽤나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지팡이가 종류에 상관없이 다 똑같이 생겼다든지하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녹픽던은 모델링이 다 다릅니다. 그래서 보기만 해도 어떤 지팡이인지 알 수 있게 되었지요. 이런 깨알같은 디테일도 마음에 듭니다.
거기에 밸런스를 위해서 맵도 여러모로 바꿨습니다. 원조 픽던은 보스전들이 솔직히 전체적으로 단조로운 감이 많이 있습니다만, 녹픽던은 다양한 방식으로 보스전에도 변화를 줬습니다. 가령 5층 보스는 보스방까지 가는 길이 쉽고 그 보스가 있는 곳에서 싸우는 것이 사실상 전부인데요, 녹픽던에서는 5층 자체가 매우 커졌고, 보스가 솔직히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서(물론 법사 제외...) 한 자리에서 무식하게 싸우면 바로 게임오버 할 정도입니다. 10층도 꽤나 변화했구요, 나머지 보스들은 밸런스 상으로 살짝살짝 바꿨습니다. 이 외에도 계층마다 있는 퀘스트도 나름대로 다양하게 변화를 줘서 게임이 전체적으로 풍부해졌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추가되거나 변화된 요소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층수는 총 26층으로 원조 픽던과 똑같기에 게임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는 편은 아닙니다. 체감상 대략 3~4시간이면 한 판이 끝납니다. 게임이 너무 길면 아무래도 지루하기에 나름대로 적절하게 플레이시간을 맞춘 듯합니다. 물론, 한 판에 3~4시간도 모바일 게임치고는 상당히 긴 시간입니다. 픽던은 모든 움직임, 행동 등이 전부 한 턴으로 계산되고, 저 한 턴 마다마다 전부 저장이 됩니다. 그렇기에 게임을 즐기다가 바쁘면 잠시 딴 짓을 해도 바로 복귀가 가능합니다.
제가 칭찬을 참 많이 썼지만 녹픽던 역시 단점이 없는 게임은 아닙니다. 솔직히 제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단점이 없습니다만 아직 개선이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앞서 밸런스를 맞췄고 특히 캐릭터들의 개성을 살렸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솔직히 아직도 밸런스는 좋지 않은 편입니다. 물론 제 실력이 부족해서일 수 있지만 제 경우를 예로 들면, 저는 마법사로 플레이하면 솔직히 거의 항상 클리어를 하지만 나머지 세 직업은 한 7~8번에 한 번 정도 게임을 클리어합니다. 이는 앞서 살짝 언급했는데요, 마법이 픽셀 던전에서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받는 마법 지팡이로 게임 끝까지 가기 때문에 이상한 무기를 얻거나 할 걱정이 없습니다. 마법사가 강한 것은 이해하지만 다른 직업의 밸런스를 조금 더 높여줘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는데요, 강화 물약, 또 강화된 물약, 강화된 주문서 등 은근히 상당히 강력한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은 제 실력이 부족해서인지는 모르나 게임 최후반부에 여유가 많이 넘칠 때만 사용하기 용이하고 그 외의 상황에서는 잘 쓰지 않게 되더군요. 원조 픽던도 그랬지만 캐릭터가 스펙이 강력해지면 게임 후반부에서는 앗! 하는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에야 거의 시시할 정도로 클리어가 가능합니다. 5계층은 적들은 매우 강력하지만 특정 아이템을 주우면 정말 놀면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플레이어 스펙이 강력해지는 만큼 27~31층의 숨겨진 공간이라거나 그런 부분도 만드는 것이 어떤가 싶습니다.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강력한 스펙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추가요소 말이죠.
하나만 더 얘기하면요, 단점치고는 사소합니다만 저는 녹픽던이 중독성이 너무 강해서 게임을 지웠다가 업데이트하면 클리어하고 지우고를 반복하는 편입니다. 제 인생을 갈아먹는 게임이라서요... 그런데 이 게임은 분명히 구글 플레이와 연동되는 게임인데 게임을 다시 설치하면 제 이전의 기록들이 남지 않습니다. 이전에 클리어했던 나름대로의 영광스러운(?) 기록들이 항상 남아있으면 좋겠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쉽습니다. 이 게임이 MMORPG도 아니고 게임 기록 세이브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녹픽던은 제가 스마트폰으로 했던 모든 게임 중 가장 재밌는 게임 중 하나로서 역시 클래스를 증명하는 게임이었습니다. 픽셀 던전이 은근히 버전이 많지만 지금은 이 녹픽던이 거의 공식 버전과 다름 없는 취급을 받고 있는데 분명히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제작자의 정체는 잘 모르겠지만 같은 사람일지도... 잘 모르겠네요. 이런 게임을 기부만 받고 게임 자체가 공짜라는 것도 그저 고마울 일일 따름입니다. 물론 난이도가 상당한 게임이지만 놀랍게도 이 게임이 로그라이크 게임중에서 가장 쉬운 편에 속하는 게임입니다. 아마 당분간은 고생들 하시겠지만 게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본인의 인생을 갉아먹을 수도 있습니다. 조심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