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렐로
비슷한 기능들을 하는 앱들 중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솔직히 처음에는 생긴 것이 꽤나 투박하고, 요즘 친구들은 온갖 기능들을 탑재해서 나오는 것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수수한 편이라서 다소 꺼렸습니다만, 실제로 한번 써보니 '아 이래서 쓰는구나...'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트렐로입니다.
트렐로는 기본적으로 칸반(Kanban) 스타일의 생산성 도구입니다. 나무위키 등에서는 이슈 트래커라고도 부르던데 제가 이슈 트래커에 대해서는 지식이 부족해서 일단은 제 편의상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칸반'이라고 하니까 왜 여기서도 일본말이 나오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찾아보니 예전에 도요타에서 지금 칸반이라고 불리는 생산성 방법론을 활용한 뒤에 실제로 좋은 성과를 내고 나니 여기저기서 쓰인 단어인 듯했습니다. 여담으로 만약 이 칸반 방법을 현대자동차나 삼성 등에서 먼저 썼다면 칸반이라고 안하고 칠판이라거나 그런 식으로 불렸을 텐데 조금 아쉽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물론 생산성 스타일에는 칸반 말고도 애자일, 스크럼, 만다 등등 있고, 글 첫 부분에서도 언급했듯 요즘 도구들은 온갖 방법들을 다 탑재하고 나옵니다만 트렐로는 꿋꿋하게 칸반 보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고, 요즘은 나름대로 변화를 추구하는 듯하지만 그래도 기본 방법론은 항상 칸반 보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식 블로그를 보면 칸반 모양으로 별별 것들을 죄다 만드는 모습이...
하여튼 트렐로는 첫인상은 꽤나 수수해보였습니다만 실제 사용해보면 첫인상 대신 성능에 모든 부분에 집중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디자인은 기본적으로는 그냥 파란색에 무난무난한 정도입니다만 자유도가 꽤나 높은 편입니다. 즉, 앱이 상당히 유연합니다. 배경도 바꾸고 칸반이라는 토대한도에서는 어지간한 생산성 방법들을 다 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칸반 보드 자체의 완성도도 높아서 마치 칠판에 자석으로 붙여져 있는 것들 뗐다 붙였다 하는 것처럼 챡챡 붙고 앱도 전체적으로 빠른 편입니다.
이게 다 비슷한 것이 아닌가 싶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노션도, clickup, todoist, 비캔버스, 젠키트 등 칸반 보드를 지원하는 앱들을 나름 많이 사용해봤습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 화이트보드나 미로 등 화이트보드 앱들도 몇 가지를 사용해봤습니다. 화이트보드 앱들도 칸반 보드는 다들 갖추고 있거든요. 하지만 위의 친구들 모두보다도 트렐로가 칸반으로서의 완성도가 가장 높습니다. 가장 빠르고, 가장 챡챡 붇고, 가장 유연합니다.
가령 노션은 기능 자체는 마음에 드는데 어째서인지 모바일에서는 속도가 많이 느려집니다. 또 Clickup은 기능 자체는 엄청 많은데 전혀 직관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을 주고 싶어도 줄 수가... 미로 등 화이트보드 앱들은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은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화이트보드 앱은 데스크탑에서는 잘 손이 안 가더라고요... Todoist도 칸반 기능이 상당히 좋습니다만 트렐로가 조오금 더 챡챡 붙습니다...
트렐로하면 또 빠질 수 없는 부분은 역시 확장 기능일 듯합니다. 인기가 많은 앱답게 정말 수많은 앱들과 연결이 가능하고 플러그인들도 은근히 많아서 트렐로 자체의 다소 아쉬운 부분들을 해소시켜줍니다. 다만 무료 버전으로는 확장기능을 단 하나밖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단 하나... 물론 본인들 회사에서 나온 친구들은 사용 가능하지만 이 친구들은 마냥 쉽게 사용하는 것 자체가 쉽진 않아서...
다만 트렐로가 아무리 칸반이 좋으니 칸반으로 온갖 것들을 한다느니 얘기했지만 결국 트렐로는 칸반 밖에 없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경쟁자들외에도 asana 등 다양한 친구들은 그만큼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켜줍니다. 물론 트렐로도 요즘은 현실을 깨달은 것인지 나~름 다양한 도구들을 추가하려고 노력하는 것같긴 한데, 이 추가되는 기능들은 거의 다 유료버전으로만 사용가능합니다. 그리고 어찌보면 간단한, 단순한 글쓰기도 마크다운이 지원되는 것은 좋은데 뭔가 쓰고 싶은 맛이 떨어집니다. 이럴 거면 기능은 왜 지원하는거야... 이런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래도 조금 생각해보면 트렐로가 현재 Atlassian이라는 회사에 인수되었는데, 저 회사에는 이미 나름 인기있는 여러 도구들이 있으니 그 도구들을 각각 용도별로 특화하려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conflunce라는 일종의 팀 단위 위키를 만드는 도구를 잠시 썼었는데 얘는 글쓰기 성능이 꽤나 좋아보였습니다. 아무래도 기능들이 겹치면 팀킬이니까... 또 한편으로는 트렐로가 기본적인 칸반 기능들은 다 무료니까 일종의 홍보(?) 용도로도 사용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트렐로로 시작하고 부족하면 우리 다른 친구들도 써봐라... 이런 느낌으로요. 저도 Atlassian 이런거 듣도보도 못했지만 트렐로 쓰다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트렐로 안드로이드 버전은 예전에는 꽤 별로였던 것 같은데, 그동안 업데이트를 많이 했는지 나름 괜찮아졌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개성도 없이 평범한 앱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안드로이드 버전에서도 칸반을 관리하기 쉽게 만들어져서 제법 만족합니다. 특히 칸반 보드의 요소들이 많아도 보기 좋아서 마음에 듭니다.
아이패드 버전 역시 인터페이스가 PC 못지 않게 깔끔해서 마음에 듭니다. 전체적으로 iOS 앱스러운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으면서도 곳곳에 트렐로의 느낌이 들어서 꽤나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바로 갖게 되었습니다. 안드로이드에서는 할일 앱같은 느낌으로 사용한다면, 아이패드에서는 진짜 PC에서 쓰는 것처럼 생산성 넘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에 듭니다.
트렐로는 비록 요즘 라이벌들때문에 빛이 조금 바래기는 합니다만 기본적인 기능은 전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니 나름대로 가성비도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유료 버전은 매달 10달러 정도이기에 라이벌들에 비해서 다소 비싼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5달러 정도의 다소 염가판스러운 유료 모델도 있긴 합니다만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트렐로는 생각보다 정말 괜찮았습니다. 자신만의 뭔가 데이터베이스를 정리하기 참 좋고, 앞서 한 이야기지만 성능에 집중한 친구고 칸반 한정으로는 가성비가 꽤나 좋아서 꽤나 맘에 들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본 부분인데 성능에 집중한다는 것이 당연한 소리같지만 생각보다 의외로 힘든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도구들이 다양성을 무기로 트렐로와 경쟁하고 있지만 트렐로가 결코 밀리지 않는 것에는 그런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솔직히 저도 다른 친구 쓰고 싶은데 성능차이가... 그래도 이것저것 다쓰면 힘든데... 저를 요즘도 갈등하게 만듭니다.